이 동시는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묘사된 글입니다. 연마다 한 장면, 한 장면이 그대로 떠올라 그림이 펼쳐집니다.
어린이가 길을 걷다가 발끝을 보는 순간에 풀꽃을 보고 앉게 됩니다. 풀꽃과 개미가 소곤거리고 벌이 와서 윙윙거리는 모습도 봅니다. 서서 보면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장면을 앉아서 보고, 듣고 이야기도 나눕니다. 그래서 다음부터 나를 만날 때는 서서 보지 말고, 앉아서 봐 달라는 풀꽃의 부탁에 어린이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 다음부터 너를 만날 때는/ 키를 낮출게’하며 호응해 주는 순간을 포착해 묘사한 것입니다.
우리가 어린이와 대화할 때 눈높이를 낮춰야 함은 물론이요, 마음의 자세도 낮춰야 합니다. 어린이들은 어른이 서서 말을 건넬 때 지시받는 느낌이 들어 억압된 감정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어린이들은 어른이 앉아서 눈을 마주하고 얘기할 때 편안해지며 행복감에 젖어듭니다. 그래서 작가는 풀꽃과 어린이를 동일시해 어린이의 마음 높이와 생각 높이에 맞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간접적으로 들려줍니다.
어린이와 어른이 대화할 때 눈높이를 맞추면 어린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은 어린이가 됩니다. 어른과 어른이 대화할 때에도 눈높이를 맞추면 편안하고 부드럽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저절로 생겨납니다.
어른과 어른이 대화할 때에도 한 사람은 앉고, 한 사람은 서서 이야기를 하면 분위기가 어색합니다. 둘이 서서 마주 보고 대화를 하든지 둘이 앉아서 마주 보고 이야기하면 대화가 술술 풀어집니다. 편안해서 이야기가 잘 됩니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이 스스로를 낮추면 높아질 것이고, 자신이 스스로를 높이면 낮아진다고 합니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 점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야겠습니다. 자신에게도 타이르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