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전문(김마리아 동시집, 내 방이 생겼다, 리잼)

지금의 시니어들이 어린 시절엔 집집마다 형제들이 많았다. 그 시절에는 대개 아이들은 큰 방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생활하였다. 방이 부족하여 잠을 잘 때에도 형제끼리는 한 방에서 베개를 맞대고 잠을 자기도 했다. 그러다 조금 자라면 남자 형제는 남자 형제끼리 한 방에서 지냈으며 자매는 자매끼리 한 방을 쓰며 생활하였다.

그러다가 1970~1980년대에 핵가족이 늘어나고 아파트가 대량 보급되면서 생활문화가 바뀌었다. 아파트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이사 온 집에서는 아이들이 비로소 자신의 방을 가지게 되었다고 좋아했었다. 그렇게 되었던 것이 불과 40~50년 전의 일이다.

아파트에는 집집마다 공동생활 공간인 거실이 있고 침실이나 공부방으로 사용하는 독립적인 공간이 생겼다. 단독 주택에 세 들어 살고 있다가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에 이사를 온 집의 아이들은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내 방이 생기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수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 집 마련은 그리 수월한 일이 아니다. ‘내 방이 생겼을 때의 기쁨’은 매우 컸고 아이들은 행복했다. 아파트 보급은 아주 대단한 일이었고 이를 계기로 가족의 생활모습이 달라졌다.

내 방

김마리아

이사를 했다
내 방이 생겼다

오빠는 무섭다고
베개를 들고
내 방으로 왔다
엄마는,
혼자 자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오빠를 오빠 방으로 보냈다

오빠는 겁쟁이다
나는 안 무섭고 좋기만 한데

 오빠 잘 자!

위 동시 ‘내 방’은 동생이 내 방이 생겼다고 행복해 하며 오빠를 겁쟁이라고 하는 익살에 가슴이 찡하다. 오빠보다 내 방을 더 좋아했던 동생은 철이 조금 일찍 든 것 같기도 하다. 예나 지금이나 남자 아이들은 겁이 많고 여자 아이들은 당찬 면이 있다. 오빠를 달래는 모습에서는 어머니의 자상한 교육적 지혜가 보인다. 짧은 동시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 방은 이렇게 소중한 것이다. 내 방에는 나만의 비밀이 있고 추억이 있고 희망과 꿈이 있는 장소다.

지금은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운 시대가 되었지만 정이 메말라 가고 있다. 한 방에서 같이 지내던 그 형제들이 그리운 것은 새삼 나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요즈음은 너무 이기적이어서 자라서 출가를 하면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뜸하게 지내기도 한다. 설, 추석, 생일에는 잘 만나고 있지만 우리 부모 세대들이 잘 이끌어주고 베풀고 다독거려 더 자주 만나고 정담도 나누고 화목하게 지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