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 주민들이 나무와 꽃을 심는 모습 사진= 박종숙

우리동네는 선바위역에서 가까운 뒷골입니다. 마치 우산을 쓴 것처럼 우면산의 품에 폭 안긴 듯한 형상입니다.

공기가 좋은 것은 물론이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봄에는 먼 곳까지 가지 않아도 벚꽃을 비롯해 온갖 꽃들이 피어납니다.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나무의 하얀 눈꽃들의 향연이 펼져집니다.

동네 옆으로는 작은 개울이 흐르는데, 10여 년 전 홍수로 인해 마을에 큰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답니다. 그래서 홍수에 대비해 개울에 높은 옹벽을 설치하고, 아래쪽으로는 복개공사를 했답니다.

복개공사로 인해  혼자 걸어갈 정도의 좁았던 길이 넓어진 것은 좋지만, 개울 옆으로 다니며 졸졸 소리내 흐르는 물과 떼를 지어 헤엄치는 송사리를 볼 수가 없게 되어 몹시 섭섭합니다.

아래쪽 복개를 한 곳에는 인도가 넓어진 것 말고도, 옆에는 군데군데 화단도 만들어 나무와 꽃잔디, 갈대와 이름 모를 풀을 심기도 했지요. 그런데 문제는 심는 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럴듯해 보였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자, 누가 주인이고 누가 나그네인지 모를 정도로 잡초가 무성했습니다. 관리를 하지 않으니 웃자라 쓰러지고, 갈대와 이름 모를 풀들도 시들어 지저분하기만 했어요. 처음에 심었던 꽃잔디도 자취없이 사라져 버렸답니다. 어수선한 화단을 보며 지나는 이들도 혀를 찹니다.

그런데 얼마 전 동네 주민 한 분이, 무성한 풀을 뽑고 무궁화 묘목 심는 걸 보았습니다. 그분은 교직에 계시다 정년퇴직을 한 분이었는데, 무궁화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습니다. 잡초가 무성한 것이 보기 안타까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가 사는 동네에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말도 덧 붙였습니다.

다음 날엔 또 다른 주민 두분이 “다른쪽 화단의 풀들을 뽑고 맥문동과 다른 작물을 심을 것”이라며, 삽과 곡갱이로 흙을 고르고 있었어요. 어수선한 이 길이 마뜩잖던 차에 희망의  불이 켜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4월 18일.  잡풀이 가장 무성한 장소를 시작으로, 50여 그루의 무궁화와 꽃을 심는 행사가 벌어졌습니다. 전날 서너명의 인부들이 무성한 풀을 뽑고 흙을 고르는 작업을 시작으로, 다음날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습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이야기 마당’에서 주민 나무심기를 제안한 것을 받아들여 진행됐습니다. 새마을회원, 동장, 통장 그리고 관심있는 주민 40여명과 신계용 시장, 김진웅 시의장도 참석해 직접 나무와 꽃을 심기도 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직책을 맡은 이들 뿐만이 아니고, 뜻있는 주민들이 중지를 모은다면 해결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신희철 회장을 비롯해 3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고, 서귀포시 대륜동과 자매결연을 맺어 교류를 하고 있답니다.

신희철 회장은 “회원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대청소와 서예, 민화, 필라테스 등 문화프로그램도 운영하면서, 앞으로도 예쁜 마을을 가꾸기 위해 잡초제거작업 등 적극적인 관리와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혀 큰 기대를 갖게 합니다.

왼쪽은 주민들이 나무와 꽃을 심어 새로 단장한 모습입니다. 오른쪽은 동네주민이 풀을 뽑고 화단을 매만지고 있어요. 사진=박종숙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