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석 회장.

명아주를 직접 심고, 이 명아주가 자라면 청려장을 만들어 어르신들께 선물하는 경로당 회장님이 있습니다. 과천 3단지 경로당 권기석 회장입니다. 2022년에는 150개를 제작했고, 올해에는 135개를 만들 예정입니다. 게다가 경로당 회원들에게 ‘진짜’ 초당 순두부를 대접하기 위해 강릉의 한 사장님께 기술을 전수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젊게 활동하시는 과천 3단지 경로당 권기석 회장 얘기를 전합니다.

Q. 회장님께서 명아주 청려장 지팡이를 만들어 어르신들께 선물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어요. 자부심이 대단하실 것 같은데, 어떤 취지로 언제부터 시작하셨는지요?

A. 2020년 10월 경로당 회장으로 취임한 후 역점 사업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 지 고민했죠. 오래 전인 50대에 안동 도산서원에 들렀다가 ‘명아주 지팡이는 건강과 장수를 상징해서 노인들이 짚었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났어요. 그때 퇴계 이황 선생의 명아주 지팡이를 봤습니다. 명아주는 손으로 쥐면 살균작용이 있다고 했습니다. 명아주 청려장 지팡이를 만들어 3단지 경로당 어르신들께 먼저 드리고 차차 과천시 전체 어르신들께 드리려고 합니다.

Q. 명아주의 싹을 틔우고 재배하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 어디서 재배하셨고 경로당 회원 몇 분이 함께 참여하셨나요?

A. 그래서 뜻이 맞는 경로당 회원 8명이 힘을 합쳐서 이루어 낸 작업의 성과지요. 처음에는 명아주가 무엇인지 잘 몰랐는데 경북 예천 가원농장에 의뢰해 우체국 택배로 씨앗을 받았습니다. 2021년 2월에 과천 화훼농장 온실에서 싹을 틔워 30주 정도를 사기막골 농협 주말농장 10평을 분양받아 심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흔히 보던 들풀인 명아주였는데 정성껏 길렀더니 굵고 튼튼하게 잘 자랐습니다. 올해부터 갈현동 자원정화센터(소각장) 앞 시유지를 과천시 승인을 받아 300평에 재배하고 있습니다.

경로당 벽에 전시된 명아주, 껍질을 벗은 명아주, 완성된 청려장 모습.사진=김마리아

Q. 명아주가 청려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들려 주세요.

A. 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듯이 정성을 들였더니 신기하게 쑥쑥 잘 자랐습니다. 10월에 첫 수확을 했는데, 명아주를 삶을 기구가 없어 여주시 강천면 노인회에 가서 가마솥에 넣고 100도 이상 끓는 물에 5시간 이상 삶고 그늘에서 말린 후 껍질을 벗기고 손질했습니다. 사포질을 하고 니스를 칠해 최초로 명아주 청려장 지팡이 25개를 만들었습니다. 힘들었지만 즐겁고 아주 뿌듯했습니다.

2022년부터 과천시의 ‘Happy Work’ 사업에 선정돼 고생하는 회원 8명이 지원금을 받게 됐고, 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됐습니다. 2022년에는 150개를 제작했고, 올해에는 135개를 제작할 예정입니다.

니스칠을 기다리고 있는 명아주 지팡이들. 사진=김마리아

Q. 청려장을 받은 어르신들의 반응은 어떠셨는지요?

A. 첫 작품이 태어나서 3단지 경로당 어르신들께 드렸습니다. 신기하다고 하시면서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어떻게 만들었느냐고 물으면서 ‘고생했다, 고맙다’를 연발하셨지요.

경로당 어르신들께 두부를 대접하기 위해 준비한 맷돌. 김마리아=사진

Q. 청려장 재배 외에 앞으로 경로당 회원들을 위해 하고 싶은 사업이 있으신지요?

A. 3단지 경로당에서 강릉 초당 순두부를 만들어 어르신들께 대접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두부 만드는 맷돌도 샀어요. 강릉의 초당 순두부 집을 오가며 배우고 알아 보고 있는 중인데, 기구가 여의치 않고 초당 순두부는 간수를 넣는 게 아니고 강릉 바닷물로 해야 합니다. 강릉의 순두부 집 사장님이 화요일이 휴무라고 과천에 직접 방문하셔서 시범을 보이고 만들어 주시겠다고 했는데, 잘 추진해 보겠습니다. 어렵지만 손수 진짜 초당 순두부를 만들어 어르신들께 꼭 맛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명언 한 마디, “100세 시대 노인은 지혜의 보고다” 이 말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