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미나리' 전문(김마리아 동시집, 빗방울 미끄럼틀, 아동문예)

자연이든 사람이든 멀리 떨어져 힐끗 보기만 해서는 그것이 지니고 있는 참된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의 눈높이를 낮추고 가만히 들여다 볼 때 그것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런 것은 대개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도 정직하게 자신의 삶에 몰입하고 정말 치열하게 살아가노라면 그 속에 희망이 숨 쉬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만나게 됩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미나리강에 비치는 따뜻한 햇살을 품고 파란 미나리 잎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속에 희망이 숨 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겨울 미나리강에 내리는 차가운 눈비도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면 봄을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위 동시는 말하고 있습니다. 겨울 미나리강의 얼음장 위에 내리는 차가운 눈과 비가 따뜻한 봄을 준비하는 안내자로 묘사하였네요. 겨울비도 미나리에 내리면 새파란 비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차가운 얼음장 밑에서도 파란 싹을 틔우고 잔뿌리를 내리며 따뜻한 봄을 준비하는 생명의 맥박을 보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 동시를 읽으며 가난한 가정 형편으로 기죽어 사는 소외된 아이들을 떠올려 봅니다. 비록 지원이 부족해 제대로의 꿈을 가지지도 못했고 배움의 의욕도 식어 힘든 삶을 살며 미래가 어두워 보이는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더러 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그들의 속 깊은 마음을 넌지시 바라봐 주면 그들도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소중하게 가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요즈음은 4계절 미나리가 나오는 시대가 되었지만 비닐하우스가 없던 예전에는 봄이 와야 미나리를 먹을 수 있었지요. 옛날의 미나리강에서 자라던 겨울미나리처럼 힘든 상황이나 어려운 형편을 차가운 겨울에 내리는 눈발처럼 여기기보다 얼음장 밑으로 쓰며드는 한 줄기 햇볕에 힘을 입어 파란 생명의 움을 틔우는 봄이 오기 직전의 미나리같이 푸른 새 봄의 희망이 다져져 나가면 좋겠습니다. 미나리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가운 곳에서도 따뜻한 봄이 무르익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부는 들판도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雨水)를 지나고 곧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경칩이 가까워지는 요즈음, 들판에는 여린 햇살로 들풀들의 성장을 준비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서 보지 않으면 모를 푸른 새봄의 소리를 들풀들이 듣고 서서히 움직이고 있는 새 봄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