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 ‘저녁노을’은 2025년 제2회 짧은 시 공모전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부문에서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입니다. 단 세 줄로 구성된 간결한 시 속에 함축된 정서의 울림이 가득해 그 미학이 돋보입니다. 시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인생의 황혼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저렇게 지는 거였구나
한세상 뜨겁게 불태우다
금빛으로 저무는 거였구나
그렇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태아 때부터 어머니의 사랑과 태교 속에서 태어납니다. 옹알이를 하고, 몸을 뒤집고, 기어 다니는 단계를 거쳐 일어서고 걷기 시작하지요. 그렇게 발자국을 떼며 넘어지고 일어서며 성장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는 부모님의 손길 없이도 스스로 학교에 다니고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영아기·유아기·유년기·소년기·청년기를 지나 중년과 노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아침 해가 떠오르는 일출을 보려면 새벽부터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한참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림 끝에 붉게 솟아오르는 해를 마주하게 되지요. 반면 저녁의 일몰은 서쪽 하늘을 바라보다 보면 길게 마음에 담을 틈도 없이 금세 넘어가 버립니다. 참으로 아쉽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일출과 일몰처럼 대비됩니다. 그 아쉬운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시니어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자신의 노년기를 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시간으로 표현했습니다. 인생의 종점에서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이 시선에는 시니어의 깊은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담담하고 조용하게, 그러나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의 황혼이 금빛으로 저물어 간다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응모작이 무려 8,500여 편에 달했다고 합니다. 그 많은 작품 중 이 시가 대상을 받은 이유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인생의 황혼을 아름다운 노을에 비유한 시적 상상력이 돋보인다”고 평했습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 완숙한 표현은 깊은 감동을 줍니다. 인생의 황혼을 이토록 간결하고도 아름답게 압축한 작품은 드뭅니다.
인생길에서 아름다운 황혼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젊은 날 성실히 살아가고, 노년에는 모든 것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각을 지녀야 합니다. 언제나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며, 타인과 공감할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