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를 위한 동시 감상(17)-관악산 너럭바위

관악산 너럭바위에서 개미가족의 이동을 보고 쓴 이 동시는 마치 한 장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줄을 지어 가는 개미들의 모습은 무엇을 향한 이동일까를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어떤 목표를 추구하며 나아가는 듯 보이는 개미들의 집단이동이다. 개미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온가족이 힘을 합하면 못 해 내는 일이 없다. 개미는 크기에 비해 놀라운 힘을 보이기도 한다. 때로는 자기 무게의 몇 배나 되는 물체를 운반하기도 한다.

개미들의 이동 장면을 보고 쓴 이 작품에서는 어휘와 리듬을 잘 살린 ‘볼볼볼볼’, ‘간질간질’, ‘배틀배틀’ 같은 의성어와 의태어가 어우러진 장면이 나온다. 이 시에서 나온 바위를 간질인다거나, 겨드랑이가 배틀거린다거나, 점잖게 앉는다, 등 의인화 부분의 뛰어난 표현은 아주 재미가 있고 독특하기도 하다.

이 시에 묘사된 개미가족이 줄지어 이동할 때 너럭바위의 온몸이 간질간질해서 쿡쿡 웃음이 날 정도였다거나 관악산 겨드랑이가 배틀배틀하였다는 표현은 너럭바위는 무생물인데 생명을 불어 넣어 살아있는 바위가 된 장면이다. 순간적으로 바위에게 생명을 불어 넣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시인이 한 것이다. 개미가족이 다 지나가고 나니 겨드랑이 배틀거리던 관악산과 온몸이 간질간질했던 그 너럭바위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세를 바로 하고 점잖게 앉아 있다는 대목은 대단한 관찰력 없이는 쓸 수 없는 장면이다. 일반인들이 볼 수 없는 이런 눈이 바로 시인의 눈이고 감각이다.

시인의 창의적인 시작법은 독특하고 개성이 있다. 이 작품은 쉬운 언어와 표현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이해하기 쉽도록 묘사하였다.

평소 산길을 걷기 좋아하는 시인은 관악산을 자주 다닌다고 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온 아주 사소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눈길이 바로 시인이 할 일인 것 같다.

김수동 기자
김수동 기자
36년간 중등교직에 근무하였다. 풍생고 교사, 교감, 풍생중학교 교장, 안산고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하고 퇴직하였다. 국민교육 유공으로 교육부 장관 표창(1994. 12.5), 국민교육발전 유공으로 녹조근정훈장(2017. 8. 31)을 수상했다. 신구대, 동서울대 강사를 지냈으며 과천시노인복지관에서 스마트매니저로 근무했다. 2023년 7월부터 과천시니어신문 취재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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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1.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에도
    일렁이는 마음을 뱉아내고야 마는 시인.
    볼볼볼볼..개미의 걸음을 이렇게 근사하게 뱉어내고야 마는,그래서 언어와 감정의 마술사라 해도 과하지 않을 듯 합니다.
    자주 침묵하는 마음에 개미가 볼볼볼 걸어가는 그림을 그리며,오늘밤은 간지러운 잠결일 것 같습니다..고맙습니다.

    • 시와 해설을 읽고 달아주신 댓글 고맙습니다.
      부족한 저의 해설보다 이선옥님의 글이 더 멋집니다.

  2. 너럭바위와 개미는 마치 어릴적 보았던 톰과제리의 만화 영화 같은느낌이 들었습니다 볼 볼 볼 개미들이 너럭바위를 간지럽피면서 줄지어 가는데도 웃음을 꾹참는 너럭바위 ㆍ
    그리고 웃음을 참고 다지나간. 다음 시치미 뚝띠고 자세를 고쳐잡는 관악산의 모습이 너무 정겨워 보였습니다

  3. 시니어 신문에 들어오실 수 없다고 보고 제가 정교장선생님께 불쑥 보내드렸는데 이렇게 느낌을 댓글까지 달아주신 정성에 감사드립니다. 늘 강녕하시고 날마다 보람이 넘쳐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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