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2월 날씨가 포근해 오랜만에 관악산 등반을 했다. 몇 년 전에는 겨울에도 등산했지만, 나이가 70에 가까이 다가서니 추운 날 등반은 무리라고 생각해 자제하고 있다. 나이 탓도 있겠지만 습관도 있을 것이다. 겨울 추운 날 등산 대신 아파트 커뮤니티 헬스장을 찾다 보니 여기에 익숙해져 겨울 등산을 안 하게 되기도 한다.
과천에 산 지 6년이 넘었고, 여기 오기 전에도 자주 관악산을 찾았으니 관악산 등산로는 비교적 익숙하다. 내가 관악산 연주대로 즐겨 오르는 등산로는 향교에서 이어지는 계곡 또는 계곡 좌우에 있는 능선이다. 좌측 능선은 흔히 케이블카 능선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이 능선을 따라 정상에 도착하면 KBS 송신탑이 나온다. 이곳에서 연주대로 가려면 20분 정도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과천시가 작년 10월 완공한 해누리 전망대가 향교에서 이 능선을 타고 20여 분 오르면 나온다. 우측 능선은 연주대로 바로 이어진다. 연주대 정상 전에 4개 봉우리가 있다. 이 구간은 급경사 암벽이 있어 줄을 잡고 오르는 등 위험했으나, 계단이 설치되어 지금은 안전하게 등산할 수 있다.
오랜만에 등산한 날도 익숙한 케이블카 능선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그런데 등산로 주변 풍경이 평소와 달랐다. 젊은이들, 소위 말하는 2030 세대들이 군데군데 많이 보였다. 많은 젊은이를 보니 신기하고, 등산하는 데 힘도 덜 들며 즐거웠다. 2010년대 초 등산 붐이 일어났을 때 관악산의 등산로는 젊은이를 포함한 다양한 계층의 등산객으로 붐볐다. 그러나 2010년대 말경부터 등산 붐이 퇴조하며 등산객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작년까지는 주말에도 등산객이 많지 않았다. 몇 안 되는 등산객도 대부분 중장년층이었다. 젊은 층 사이에 골프가 인기를 끌고, 등산은 ‘아저씨들의 취미’라는 인식이 강해지며 등산은 젊은이들로부터 소외되었다.
산에서 많은 젊은이들을 보니 ‘이들이 골프장에서 산으로 유턴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우선 떠올랐다. 최근에 골프 인구가 감소하고, 2030 세대들이 골프장을 떠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 SNS에 ‘관악산의 정기가 좋다’라는 소문이 퍼져 정기를 받기 위해 몰려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모 예능 유튜브에서 역술인이 ‘관악산은 서울에서 정기가 가장 좋은 산이니,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가보라’라고 말한 것이 SNS에 소문이 퍼지는 촉발제가 되었다고 한다.
연주대가 있는 관악산 정상에는 해발 629m를 표시해 놓은 거대한 바위가 가부좌를 튼 부처님처럼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인증사진을 남기기 위해 북새통을 이룬다. 이곳 정상은 경사가 심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고,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이 좁아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 과천시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경찰, 과천시 자율방재단(단장 전규일) 단원 등을 배치해 질서유지를 하고 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은 정상뿐만 아니다. 정상에서 10여 분 내려가면 도달하는 연주암도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연주대는 관악산 정상 절벽에 설치된 조그만 암자지만, 연주암은 규모가 커 대웅전, 관음전, 종무소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종무소 툇마루와 관음전 주위에는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발면과 준비해 온 음식을 먹느라 빈 곳이 없다. 필자는 연주암에 도착하면 종무소 툇마루에 누워 사찰 처마 밑에 매달린 풍경(風磬, 물고기 모양의 쇳조각)을 보며 휴식을 취하곤 했는데, 이제는 이러한 휴식 시간을 가질 수가 없다.
전문가들은 젊은이들이 관악산으로 모이는 현상을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산의 정기를 빌려 위안을 받고 운(運)을 얻으려는 심리 상태로 분석하기도 한다. 산행 동기에 비록 미신적인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산 정상을 오르며 의도하지 않았던 깨달음도 얻었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은 땀을 흘리며 정상에 도달했다는 성취감과 산 정상에서 한강과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며 품게 된 호연지기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