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첩] 나무와 머문 시간…과천 ‘나눔목공소’에서의 하루

강동수 소장(왼쪽)과 자원봉사자. 사진=김수동

사기막골 길을 따라 청계산 입구에 들어서면, 왼쪽 표지판에 ‘유아 숲 체험원’이라는 안내가 눈에 들어온다. 몇 걸음 올라가 왼쪽으로 조심스레 발길을 옮기면, 그네와 개구리 연못을 지나 작은 건물 두 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그 두 번째 건물, 그곳에서 ‘나눔목공소’를 만날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나무의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깊고 은은한 향이 머리를 맑게 하고, 공간 안 가득 펼쳐진 나무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나무를 만지는 사람들의 손끝에는 조심스러움과 따뜻함이 공존하고 있다.

‘나눔목공소(NANUM WOODWORK EDU CENTER)’는 지난 3월 28일 문을 열었으며, 과천시 공원녹지과에서 운영하는 시민 목공예 체험장이다. 이곳의 따뜻한 분위기 중심에는 강동수 소장이 있다. 50여 년을 목공예와 함께 살아온 그는 은퇴 후, 재능기부로 시민들과 나무를 나누고 있다.

강 소장은 “목공예는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나무는 말없이 사람을 위로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날 만난 한 체험자는 “소나무 향이 진하게 퍼질수록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라며, 사포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손에는 독서대가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소장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여직원도 한 명 있다. 친절하게 작업을 도우며 체험자들에게 안내를 해주고, 앞치마와 도구도 미리 준비해준다. 참가자는 반가운 마음으로 일차 가공된 나무에 사포질을 꼼꼼히 하고, 오일을 입힌 후 완성품을 집으로 가져간다.

체험할 수 있는 품목은 다양하다. 화병꽂이, 독서대, 책꽂이, 도마, 찻상, 쟁반, 테이블, 의자 등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소품들이 마련돼 있다.

체험을 원한다면 과천시청 홈페이지의 ‘나눔목공소’ 페이지를 통해 신청해야 한다. 재료비는 현금이 아닌 계좌이체로 납부하며, 자세한 프로그램 안내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산은 멀리서 보면 숲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가까이 다가가면 나무와 친구가 된다. 바쁘고 치열한 경쟁 속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나무와 숲은 잠시 숨을 고르게 해주는 비타민 같은 존재다.

나무를 만지며, 나무와 시간을 나누며, 그 느림의 결을 내 삶 속에 담아오는 일. 그것이 바로 ‘나눔목공소’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가장 조용한 선물이다.

문의 : 과천시 목공예 체험장(02-3677-2341)

나눔목공소 프로그램 안내. 사진=김수동
김마리아 기자
김마리아 기자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으며, 2000년 아동문예문학상(동시부문)을 받고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빗방울 미끄럼틀' '키를 낮출 게' 등 10권을 출간했으며 초등국어교과서에 '키를 낮출 게' '늦게 피는 꽃' 중학교과서에 '풍차와 빙글바람'이 실렸다. 새벗문학상, 한국아동문예상, 아르코창작지원금, 경기문화재단지원금을 받았다. 2023년 7월부터 과천시니어신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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