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鷄卵)이 달걀을 삼키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면 화면 자막에는 달걀이라고 쓰고 있는데 출연자들은 거의 모두가 ‘계란(鷄卵)’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계란지단(鷄卵鸡蛋)’이라는 말도 많이 쓰이는데 ‘지단’이라는 말은 중국어로 달걀입니다. 이러다가 우리말 ‘달걀’은 없어져 버릴까 두렵습니다. ‘손님’이라는 말도 ‘고객(顧客)’에 밀려서 잘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참고로 일본말로 ‘손님’은 ‘お客(さん)’입니다.
예를들어 ‘죽(粥)’과 ‘비단(緋緞)’이 한자어라는 것입니다. ‘죽’은 우리말로 ‘범벅’이고, ‘비단’은 ‘깁’이라고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조금 다르게 쓰이거나, 아예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가방’이라는 말이 일본어에서 왔다는 것은 많이 아실 거입니다. 그러나 일본어 ‘가방(かばん)’도 서양말에서 왔으니, 아마도 동양은 ‘가방’이 아닌 보자기 문화였기에 어쩔 수 없었으리라 여겨집니다.
우리말에는 아주 소중한 낱말도 있습니다. 바로 ‘알다’의 반대말인 ‘모르다’입니다. 다음의 네 나라말에서는 ‘모르다’가 ‘알지 못하다’로 쓰일 뿐입니다. 영어(do not know), 독일어(nicht wissen), 중국어(不知道), 일본어(知らない) 모두가 ‘알다의 부정’일 뿐입니다.
이처럼 우리말에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말들이 많이 있는데 우리가 쓰지않고 한자어나 외래어를 쓴다면 ‘달걀’이라는 말도 ‘깁’처럼 사라져버릴 것입니다.
10월 9일은 한글날입니다. 이날만이 아니라 늘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해서 오래도록 이어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