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입니다. 그래서 바다에 얽힌 이야기가 많습니다. 서해안에는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 갯벌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 가운데 위 동시에서는 게들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이것을 시인 특유의 세밀 묘사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파도가 출렁대던 바다에 썰물이 되면 여기저기 숨어있던 게들이 비어 있는 갯벌로 몰려나옵니다. 이들은 거칠 것 없는 갯벌로 몰려나와 내 세상을 만난 듯 먹이를 먹으며 기어 다닙니다. 게들이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볼 볼 볼’이란 말로 묘사하였는데 이것은 또한 한 마리 한 마리의 게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많은 게들이 ‘볼볼 기다가/ 뽈 멈추다가/ 볼볼볼볼볼볼볼’ 기다가 ‘뽈’ 멈추다가 하면서 신나게 기어가고 달리고 야단이 났습니다. 게들이 볼볼 기다가 뽈 멈추다가 신나게 노는 모습, 이 장면은 마치 바닷게들의 축제가 한 바탕 화려하게 열린 것을 그대로 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신나게 활동하다가 물이 차면 게들은 갯벌 속에 구멍을 파서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집으로 들어갑니다.
작가는 ‘볼 볼 볼’ 게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4연에서 이렇게 그렸습니다. 게들의 왕국이다/게들이 신났다를 글자 배치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볼볼볼볼볼볼볼
뽈
볼볼볼볼볼볼볼
뽈
볼볼볼볼볼볼볼
파도를 밀어낸 바다는 그 빈자리에 또 다른 생명들을 불러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을 먹이고 살리고, 신나게 놀게 합니다. 갯벌에서는 수많은 생명들이 쉴 새 없이 먹고 이동하며 치열한 삶을 꾸려가기도 합니다. 뭇 생명이 펼쳐가는 삶의 터전인 동시에 자연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는 갯벌에서 게들이 볼볼 거리는 모습을 독자도 게가 된 착각을 합니다.
김마리아 시인의 작품에는 바다와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이야기가 많이 그려져 있습니다. 바다의 속성을 큰 그림으로 들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자세하게 노래하기도 하며 바다에서 사는 생명체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을 요즈음 문단에서는 생태동시, 환경동시로 분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