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만/내가 왜 좋아?/ 그냥…
넌 왜/ 엄마가 좋아?/그냥…
이 글이 왜 좋아? 하고 물었더니 엄마는 그냥 좋은 거야. 이유가 없어. 이모 이 말 몰라? 나에게 묻는다. 응, 그래그래. 엄마가 보고 싶었구나…여섯 살 동영이를 꼬옥 안고 토닥거렸다.
동시는 이래야 한다고 깨우치는 순간, 이었다. 동심이 살아 숨쉬는 장면이 기억에 깊이 저장되었다.
며칠 후 동영아, 이 책은 이모가 보던 책이라서 새 책 사줄 게. 조카들 손을 잡고 서점에 들러 동시집 <그냥>을 사서 가방에 넣어줬다.
훗날 동영이의 그냥, 이야기를 원로이신 문삼석 선생님께 전했더니 그냥 소년처럼 빙그레 웃으셨다. 여섯 살 어린이가 읽고 이해하고 감동하는 동시,는 문삼석 선생님 만이 쓸 수 있다. 문삼석 선생님을 존경하는 이유다. 그리고 EBS 라디오에 내가 좋아하는 동시 소개,를 하는 데도 동영이의 그냥,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동시는 남녀노소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동심에 충실했던가,를 종종 생각한다. 그 여섯 살 동영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군복무도 마치고 취준생이다. 그 동영이 엄마 나의 막냇동생은 그때는 제일 젊은 어린이집 원장님이었는데 지금은 제일 나이 많은 원장님이다.
그 취준생 동영이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축하한다고 하면서 <그냥>책을 안고 가던 생각 나느냐고 물었더니 예, 이모…해서 그냥 어린어이인 줄 알았던 조카가 잘 자라서 멋진 청년이 되어 너무 고맙고 반가워서 목이 메였다. 방학 때 놀았던 장면들이 영화가 되어 새록새록 떠오른다.
우리는 물음에 대답할 말이 마땅하게 없거나 어색할 때는 그냥,을 많이 사용한다. 그냥은 참, 평범하고 매력있는 낱말이다. 지금 이 나이에도 그냥, 엄마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