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천시노인복지관, 그리고 점심 한 끼의 행복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는 모습. 사진=전승민
자율방재단 단원들이 배식을 하고 있다. 사진=과천시 자율방재단
주간 식단표. 사진=전승민

과천시노인복지관은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어르신들에게 점심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 영양사와 조리사가 영양이 균형 잡힌 식단을 짜고 요리한다. 밥과 국, 김치, 샐러드, 고기 등 4가지 반찬이 나온다. 우유나 요플레 등 후식도 빠지지 않는다. 가격은 2000원. 가격에 비해 음식이 너무 훌륭하다. 과천시노인복지관 회원이면 누구나 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어르신들이 노인복지관에서 식사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젊은 세대들의 말로 표현하자면 2000원이라는 착한 가격으로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집에서 배우자가 점심 식사 준비하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한 배려도 있을 것이다. 노인복지관이 운영하는 여러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러 왔다가 겸사겸사 식사를 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복지관에 나와 반가운 지인들도 만나고 맛있는 점심을 착한 가격으로 먹는 것은 실버들에게 큰 행복이 아닐 수 없다.

과천시노인복지관 관계자에 따르면 1일 평균 850~900명의 어르신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테이블이 158개인 식당 규모에 비하면 이용객이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 전국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과천도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있어 식당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과천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부부 중 한 명이 60세 이상이면 본인과 배우자도 노인복지관 회원이 될 수 있어 식당 이용객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점심 한 끼를 만들어 제공하는 데 많은 사람의 손길이 모이고 있다. 영양사와 조리사, 식권 판매하는 사람, 이용객 줄서기 안내하는 사람, 배식 봉사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 손길이다.

진한별 영양사는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음식이 너무 짜거나 달지 않도록 하고, 아울러 식중독 예방과 안전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조리실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했다.

배식 봉사에 신계용 시장, 김진웅 의장을 비롯한 시의회 의원, 국회의원 등 과천시 지도층 인사들이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과천시 각 단체 회원들도 매월 특정 날짜를 지정해 배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 봉사단체는 과천시 자율방재단(단장 전규일), 새마을부녀회(회장 김지숙), 농협고향주부모임(대표 신선숙), 여성의용소방대(대장 장윤선) 등 13개 단체다.

기자도 노인복지관에서 자주 점심을 먹는 편이다. 60~70대도 있지만 거동이 다소 불편해 보이는 80대 이상 어르신들도 많이 보인다. 식당 규모에 비해 사람이 많아 혹시 80대 어르신들이 다른 사람과 부딪혀 넘어지거나 식판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걱정할 때가 있다. 그러나 다행히 이러한 사고를 본 적이 없다. 모두 조심하고 질서를 잘 지키기 때문이다. 과천시민들의 높은 의식 수준의 단면을 과천시노인복지관에서도 보게 된다.

배식을 받으며 다소 의외이면서도 흐믓한 광경을 본다. 다름 아닌 예상보다 많은 어르신들의 식사량이다. 배식 봉사자가 많이 드실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어르신에게 적정량을 배식하면 더 달라고 하는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는 복지관 음식의 질이 높다는 것과 과천시 어르신들이 건강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과천시노인복지관이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복지관으로 점심 먹으러 가는 어르신들도 있지만 기자는 주로 걸어 가는 편이다. 산책하며 주변의 생동감을 느끼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특히 과천고등학교 옆을 지나갈 때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함성을 지르며 운동하는 풍경을 자주 본다. 기자도 학창 시절로 돌아간 느낌을 받으며 힘이 난다. 점심 한 끼의 행복에 덤으로 따라오는 또 다른 행복이다.

전승민 기자
전승민 기자
관악산, 청계산 등산 다니다 과천을 알게 되어 이곳에 정착하였습니다. 유라시아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으며, 관련 저서로 '유라시아의 중심국 카자흐스탄 이야기(들녘, 2022)'가 있습니다. 바둑(아마추어 5단)과 등산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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