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를 위한 동시 감상(11)-갯벌 운동장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입니다. 그래서 바다에 얽힌 이야기가 많습니다. 서해안에는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 갯벌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 가운데 위 동시에서는 게들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이것을 시인 특유의 세밀 묘사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파도가 출렁대던 바다에 썰물이 되면 여기저기 숨어있던 게들이 비어 있는 갯벌로 몰려나옵니다. 이들은 거칠 것 없는 갯벌로 몰려나와 내 세상을 만난 듯 먹이를 먹으며 기어 다닙니다. 게들이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볼 볼 볼이란 말로 묘사하였는데 이것은 또한 한 마리 한 마리의 게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많은 게들이 볼볼 기다가/ 뽈 멈추다가/ 볼볼볼볼볼볼볼 기다가 멈추다가 하면서 신나게 기어가고 달리고 야단이 났습니다. 게들이 볼볼 기다가 뽈 멈추다가 신나게 노는 모습, 이 장면은 마치 바닷게들의 축제가 한 바탕 화려하게 열린 것을 그대로 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신나게 활동하다가 물이 차면 게들은 갯벌 속에 구멍을 파서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집으로 들어갑니다.

작가는 ‘볼 볼 볼’ 게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4연에서 이렇게 그렸습니다. 게들의 왕국이다/게들이 신났다를 글자 배치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볼볼볼볼볼볼볼

 뽈

볼볼볼볼볼볼볼

 뽈

볼볼볼볼볼볼볼

파도를 밀어낸 바다는 그 빈자리에 또 다른 생명들을 불러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을 먹이고 살리고, 신나게 놀게 합니다. 갯벌에서는 수많은 생명들이 쉴 새 없이 먹고 이동하며 치열한 삶을 꾸려가기도 합니다. 뭇 생명이 펼쳐가는 삶의 터전인 동시에 자연의 보물창고라고 할 수 있는 갯벌에서 게들이 볼볼 거리는 모습을 독자도 게가 된 착각을 합니다.

김마리아 시인의 작품에는 바다와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이야기가 많이 그려져 있습니다. 바다의 속성을 큰 그림으로 들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자세하게 노래하기도 하며 바다에서 사는 생명체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을 요즈음 문단에서는 생태동시, 환경동시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김수동 기자
김수동 기자
36년간 중등교직에 근무하였다. 풍생고 교사, 교감, 풍생중학교 교장, 안산고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하고 퇴직하였다. 국민교육 유공으로 교육부 장관 표창(1994. 12.5), 국민교육발전 유공으로 녹조근정훈장(2017. 8. 31)을 수상했다. 신구대, 동서울대 강사를 지냈으며 과천시노인복지관에서 스마트매니저로 근무했다. 2023년 7월부터 과천시니어신문 취재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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