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코스모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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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코스모스가 사라졌다.

    풀 베는 작업을 하던 아저씨가, 예쁘게 핀 코스모스 꽃까지 베어버린거다.

    눈물이 왈칵났다.  그러다가 엉엉 소리내어 울고 말았다.

    어떻게 기른 코스모스인데 한순간에 없애버리다니…

    며칠이 가도 속상함과 분함이 가시지 않는다.

    6년전쯤, 친구들과 함께 구리역 가까운 곳에 있는 코스모스 꽃 구경을 간적이 있다.

    역에서 내려 얼마쯤 걸으니, 먼 발치에서도 수많은 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와! 하는 환호성과 함께 달리다시피 했다.

    꽃 구경은 물론이고 , 이곳 저곳 몰려다니며 사진찍기에 분주했다.

    코스모스 꽃 중간중간에 둥그러니 빈 공간도 만들어져 있어, 그곳으로 들어가 찍는 재미도 있었다.

    나는 친구들 사이를 슬그머니 빠져나와 꽃씨를 받기 시작했다.

    우리동네에도 코스모스 씨를 뿌리고 싶어서이다.

    선바위역에서 동네로 들어가는 도로 옆에 빈터가 많이 있고, 거기에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구리역 만큼까진 어림도 없겠지만, 드문드문이라도 심을 요량이었다.

    내 머릿속에는 벌써 역 근처에서 시작해 우리집을 지나 저 윗동네까지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듬해 봄이 되자 씨를 뿌리기 위한 준비를 했다.

    잡초를 뽑는일 부터 시작을 하는데 쉽지가 않았다. 쑥같은 것은 어찌나 질긴지 애를 먹었다.

    흙도 고운 흙이 아니고 자갈돌들이 대부분이다. 그 돌을 골라내고 거름흙으로 바꾸어 주었다.

    어느 하나 수월한게 없었다. 더구나 그해는 날이 매우 가물어 날마다 물을 주어야 했다.

    너무 힘들어 하루쯤 물주기를 거르고 싶은 날도, 여태까지의 공이 헛수고가 될까봐 그러지를 못했다.

    처음에는 집에서 물을 받아 패트병에 담아 카트로 날랐다.

    그러다가 물조리개에 끈을 매달아 집 옆의 개울물을 길어다 주기도  했다.

    그래도 나의 공을 알아 주는듯, 싹이 트고 꽃이 폈을때의 감동과 기쁨을 무엇에 비길수 있을까?

    다음해부터는 저절로 떨어진 씨가 꽃을 피웠고 ,너무 촘촘한 곳은 솎아 다른곳으로 옮겨심었다.

    비도 적당히 내려주어 수고가 훨씬 덜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오며 가며 쓰러지려는 꽃을 끈으로 묶어주거나 키가 커버린 꽃들은 튼튼한 지지대로 바꾸어 주기도  했다. 꽃을 보는 즐거움 때문에 그런일이 고된 줄 몰랐다.

    가끔씩 지나가던 주민이 꽃 앞에서 사진을 찍을때면 가던길을 멈추고 흐뭇하게 지켜보기도 했다.

    그렇게 애지중지 하며 가꾸고 보아오던 꽃이 한순간에 사라진거다.

    지금도 이문장을 쓰고 있자니 눈물이 난다.

    이번 일을 겪으며 혼자서 무슨일을 한다는 것이, 아무리 그 취지가 훌륭하다 해도  얼마나 외롭고 허망한 일인가를  알게 되었다.

    지금은 두군데만 꽃이 남아있을 뿐이다.

    내가 하는 일을 처음부터 지켜보던 이웃주민이 ‘수고 한다’며 농사지은 오이를 주었다. 그리고는 꽃 몇그루를 가져다 밭 가장자리에 심은것이 지금은 울타리가 되어 올해도 예쁜꽃을 피우고 있다.

    또 한곳은 우리 뒷집 담 밑  작은 공간에 씨를 뿌린것이, 나를 위로라도 하듯 예쁘게 자라고 있다.

    지금은 좀 뜸해졌지만, 수시로 창문을 열고 뒷집의 코스모스를 보는 기쁨도 쏠쏠했다.

    비록 나의 꿈을 다 이루지는 못했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로 인해 나 자신이 행복했고, 단 몇사람이라도 꽃을 보며 즐거웠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리고 아직 동네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길을 가다 작업을 하는게 보이면, 무슨 공사며 부터 “이렇게 좀 하면 좋겠다”

    ”저렇게 좀 해달라” 잔소리를 하기도 하고, 여기는 이렇게 하면 더 멋있을 텐데, 저것은 굳이 안해도 될텐데.. 하며 혼자 구상을 하기도 한다.                         

    내 소리가 반영이 되지 않는다 해도, 관심은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라 하지 않던가?

    그러므로 내 사랑은 계속 진행중이다.

    2023. 8. 15

                                               

    #10440
    이원호기자
    참가자

    ***  내가 사는 공동체의 아름다움과  미래발전을 위한 노력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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