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 끝에 찬 이슬이 맺히는 한로(寒露)를 지나니 이젠 아침과 저녁에는 완연한 가을입니다.
옛사람들은 한로 무렵이면 제비 같은 여름철새가 떠나고 기러기 같은 겨울 철새가 찾아온다고 보았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철새가 제자리를 찾아 이동하게 됩니다. 철새의 이동은 계절이 바뀌는 시기, 봄과 가을에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아침 풀잎에는 차가운 이슬이 맺히고 우리 주변에서 제비의 모습이 줄어들 때, 북쪽에서 내려온 기러기와 오리류가 하천과 호수, 갯벌에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냅니다. 철새가 이동하는 가장 큰 이유는 먹이가 풍부한 곳을 구하고, 추위를 피해 번식하기 좋은 지역으로 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쪽으로 떠나는 철새들의 이동이 특히 눈에 뜁니다. 대표적인 가을 이동 철새로 제비, 뻐꾸기, 꾀꼬리, 백로, 파랑새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봄과 가을에 잠시 우리나라를 거쳐 가는 통과 철새(나그네새)인 도요새, 물떼새류도 있습니다. 이들은 시베리아 등 북쪽에서 번식한 뒤, 호주나 뉴질랜드 등 남반구로 가는 도중에 가을철에 우리나라 갯벌에 들러 다음 장소까지 날아갈 먹이를 먹고 다시 떠납니다.
가을은 여름철새가 남쪽으로 떠나는 시기이자, 시베리아나 몽골에서 추위를 피해 내려오는 겨울철새(두루미, 청둥오리, 가창오리 등)가 들어오는 교대 시기이기도 합니다. 한로 전후에 보이는 기러기는 찬바람이 불어온다는 소식을 전해주는 전령이기도 하고 세계의 여러 자연환경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철새가 떼를 이루어 일제히 날개를 펼쳐 오르고 새들은 서로의 울음소리를 주고받으며 V자 대열을 이루어 날아가는 모습은 장관입니다. 새떼들의 수많은 날개가 움직이는 순간을 바라봅니다. 어떤 때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날개 끝에서는 마치 작은 빛들이 연속해서 흩어지는 듯 보입니다. 여권 없이 하늘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철새들의 모습을 보며 이 동시의 작가는 새들의 자유로운 비상이 인간 본연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말해주는 듯 묘사 하였습니다.
저 작은 새들은 무엇을 믿고 저토록 먼 길을 떠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행선지를 알려주는 표지판도 없는 길을 철새들은 때가 되면 망설임도 없이 자신들이 가야할 곳을 향해 날아갑니다. 새들이 떠나는 것은 섭섭한 일이긴 합니다. 그래도 이들은 우리가 겨울을 지내고 나면 내년에 다시 돌아온다고 생각하니 철새들은 어떻게 떠난 곳으로 찾아올까 하는 의문이 여전히 마음속에 남습니다.
때가 되면 우리 주변을 떠나는 철새들과는 달리 참새, 까치, 멧비둘기 등은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텃새입니다. 일 년 내내 한 지역에서 머물며 살아가는 이들은 계절에 따른 기온 변화나 먹이 변화에 잘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찬 이슬이 내리는 이맘때에 보이는 철새 한 무리를 바라보노라면 생태계가 연결,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