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를 위한 동시 감상] (43) 내 밥

올해 9월 7일은 가을의 세 번째 절기인 백로(白露)입니다. 이맘때부터는 밤 기온이 내려가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시기로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백로의 흰 이슬처럼 아침은 맑고 서늘해서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합니다.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과천 사기막골에서 청계산 매봉 가는 산길을 걷다 보면 머리 위에서 툭, 후두둑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것이 있습니다. 그쪽으로 눈길을 돌렸더니 밤이 툭툭 소리 내며 떨어져 구르고 있었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보니 여기 저기 알밤이 제법 떨어져 있었습니다. 찬바람이 불어오면 저 밤들은 다람쥐들의 겨울나기를 위한 비축 식량이 될 것입니다. 밤나무 옆의 도토리도 다람쥐들의 식량입니다. 가을산은 밤과 도토리로 풍요롭습니다.

위의 김마리아 동시 「내 밥」을 다시 읽어 봅니다.

“밤나무에서/ 툭, 알밤이 떨어진다//

알밤에 앉았던/ 햇빛도 함께/ 땅으로 떨어진다//

순간,/ 땅이 환해지고/ 알밤의 사방에/ 길이 생긴다//

환한 알밤으로/ 다람쥐가 달려간다//

–오, 내 밥.//”

시인은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적인 풍경을 포착해서 이미지를 찾아냅니다. 그냥 누구에게나 보이는 이야기는 걷어내고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 줄 맑은 동심(童心)들을 하나 둘 건져내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밤나무에서 알밤이 땅으로 툭 떨어질 때에 알밤에 앉았던 햇빛도 떨어지는 걸 본 다람쥐가 바로 달려가 -오, 내 밥-하며 알밤을 집어 갑니다. 이 장면을 이렇게 명징하게 묘사하여 운율감을 살려냈습니다. 묘사란 마치 그림을 그리듯 그 장면을 글에 담아내는 것입니다. 동심을 잘 표현한 동시는 남녀노소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 내 밥,은 가을에 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밤 떨어지는 풍경입니다. 밤에 앉은 햇빛은 다람쥐에게 선물이듯이 우리들에게도 풍요로운 가을을 선물합니다.

 

 

김수동 기자
김수동 기자
36년간 중등교직에 근무하였다. 풍생고 교사, 교감, 풍생중학교 교장, 안산고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하고 퇴직하였다. 국민교육 유공으로 교육부 장관 표창(1994. 12.5), 국민교육발전 유공으로 녹조근정훈장(2017. 8. 31)을 수상했다. 신구대, 동서울대 강사를 지냈으며 과천시노인복지관에서 스마트매니저로 근무했다. 2023년 7월부터 과천시니어신문 취재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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